분노가 삼키는 나를 구하는 법 – 『리어 왕』과 감정 조절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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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가 당신의 이성을 삼켜버릴 때, 당신은 어떻게 그 파도에서 빠져나오나요?" 우린 때로 나의 분노를 감당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차오른 분노가 그처럼 우리의 이성을 집어삼키려 할 때, 『리어 왕』은 그 위험한 경계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줄 거에요. 셰익스피어는 한 왕의 파멸을 통해 우리에게 말합니다. 감정에 지배당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 자신의 왕국을 무너뜨리게 된다고. 당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리어 왕 어쩌면 당신은 오늘도 그 순간을 맞이했을지 모릅니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처럼, 이성의 왕좌에서 내려와 분노라는 폭풍 속으로 자신을 던지는 순간을. 중요한 회의에서 동료의 한마디가 당신의 모든 준비를 무색하게 했거나, 가족과의 대화 중 의도치 않게 터져 나온 말 한마디가 평화로운 저녁을 산산조각 냈을 수도 있습니다. 리어 왕이 그의 영토를 딸들에게 나누어 주며 던진 질문 "누가 나를 가장 사랑하느냐?" 이 질문 뒤에 숨겨진 것은 무조건적인 충성과 애정에 대한 갈망이었습니다. 그러나 막내딸 코델리아가 진실된 대답을 했을 때, 리어는 폭발적인 분노에 사로잡혀 그녀를 추방합니다. 비극의 서막은 리어 왕이 자신의 왕국을 세 딸에게 나누어 주려는 계획에서 열립니다. 그는 단순히 재산을 분배하는 것을 넘어, 공개적인 자리에서 딸들에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하도록 요구합니다. 이는 단순한 상속 계획이 아니라, 그의 허영심과 자아도취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첫째 딸 고너릴과 둘째 딸 리건은 아버지의 의중을 파악하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과장된 사랑을 고백하며 리어를 만족시킵니다. 그러나 리어가 가장 총애했던 막내딸 코델리아는 이러한 아첨의 게임에 참여하기를 거부합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Nothing, my lord)"라고 ...

카뮈의 『이방인』 - 무감정한 뫼르소와 뜨거운 태양의 의미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비칠까? 대부분은 비정한 사람이라고 판단하겠지만,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그런 판단에 관심이 없다. 그는 그저 자신이 느끼는 대로 행동할 뿐이다.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뫼르소가 무감각한 사이코패스인 줄 알았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의 태도는 단순한 무감정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방식이라는 걸 깨달았다. 뫼르소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가식과 관습을 거부하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카뮈와 '부조리'란 무엇인가?

알베르 카뮈는 20세기 중반 프랑스의 작가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실존주의 작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실존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부조리'라는 개념이었다.

부조리라니, 뭔가 난해한 철학 용어처럼 들리지만 사실 우리 모두 부조리를 경험한다. 어린 시절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다 보면 어른들도 결국은 대답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한다. "인생의 의미는 뭐야?"라고 물었을 때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는 그 순간, 우리는 부조리와 마주한다.

쉽게 말해 부조리란 이런 것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삶에 의미를 찾고 싶어하지만, 우주는 그런 인간의 바람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마치 사막에서 물을 찾는 여행자가, 끝없는 모래만 마주하는 것과 같다.

"나는 부조리에 대한 반항이 곧 자유라고 생각한다." - 알베르 카뮈

카뮈는 『시지프 신화』라는 에세이에서 이런 생각을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이방인』에서는 뫼르소라는 캐릭터를 통해 이 개념을 소설로 표현했다. 재미있는 점은 소설 『이방인』이 먼저 출간되고, 이론서인 『시지프 신화』는 그 후에 나왔다는 것이다. 소설을 읽고 "이게 뭔 소리야?"라는 반응에 카뮈가 설명서를 낸 셈이다.


뫼르소의 무감정 - 우리가 진짜 이상한 건 아닐까?

『이방인』은 충격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오늘 어머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담담한 어조는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고,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심지어 다음 날 해변에서 연인 마리와 즐겁게 수영까지 한다. 요즘으로 치면 SNS에 '애도' 게시물 하나 올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까?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뫼르소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를 비난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볼 수는 있다. 우리가 장례식에서 보이는 슬픔은 얼마나 진실된 것일까? 누군가는 사회적 기대에 맞추기 위해 '적절한' 감정 표현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뫼르소는 그런 가식을 거부하는 사람이다.

마리가 "나를 사랑하니?"라고 물었을 때 뫼르소는 "그런 질문은 별 의미가 없지만,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 결혼 제안에도 "네가 원한다면 하지"라고 말한다. 냉정해 보이지만, 진심이다. 우리는 "사랑해"라고 말할 때 정말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하는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고, 얼마나 자주 진짜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지 생각해보면, 오히려 뫼르소의 그 솔직한 용기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태양은 왜 계속 등장할까? - 무심한 세상의 상징

소설의 중심 사건인 아랍인 살해 장면에서 태양은 거의 살인의 공범처럼 묘사된다.

"쇳소리가 나는 하늘에서 칼날 같은 빛이 튀어나왔다... 태양이 나를 앞으로 밀어붙였다."

뫼르소는 태양 때문에 이성을 잃고 방아쇠를 당겼다고 말한다. 마치 인간의 운명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힘에 의해 결정된다는 듯이. 사실 현실에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환경과 상황에 놓이고 흔들릴 때가 많다. 그런 방향으로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면의 태양 - 깨달음의 빛

흥미롭게도 사형을 앞둔 마지막 장면에서 뫼르소는 태양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세상이 나와 무관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에 만족했다"고 말한다. 부조리한 세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그는 오히려 평화를 찾는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억지로 통제하려고 할 때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고, 또 때로는 절망하게 되었던가. 그러나 그 상황을 받아들일 때 오히려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된다는 경험. 나는 있다, 내려 놓았던 경험.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수용했을 때, 마음이 고요해지던 경험.


지금 내 삶에서 '이방인'이 말하는 것

카뮈의 『이방인』이 1942년에 출간된 책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들은 지금도 유효하다.

SNS에서 완벽한 삶, 완벽한 나의 모습을 연기하느라 지쳐본 적이 있는가? 남들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진짜 나의 모습을 숨기고 포장했던 적이 있는가? 뫼르소는 그런 가식을 거부한 인물이다. 물론 그 결과 사회에서 배척되었지만, 적어도 그는 자기 자신에게 진실했다.

요즘처럼 끊임없이 인증과 공유가 요구되는 시대에, 마리의 "날 사랑해?"라는 질문에 "그런 말은 의미가 없어"라고 대답하는 뫼르소의 태도는 오히려 신선한 저항으로 느껴진다.

또한 의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노력한 만큼 공허함 또한 찾아드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카뮈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 같다. 삶에 본질적인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역설적으로 우리는 자유를 얻는다는 것. 즉 의미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다른 카뮈 작품들과 함께 읽기

『이방인』이 흥미로웠다면, 카뮈의 다른 작품들도 함께 읽어보면 좋다. 특히 『시지프 신화』는 『이방인』의 철학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스 신화에서 시지프는 신들에게 벌을 받아 영원히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려야 했다. 하지만 바위는 항상 다시 굴러 내려온다. 무의미한 반복처럼 보이는 이 형벌에서, 카뮈는 오히려 인간 조건의 상징을 본다. 그리고 놀랍게도 "시지프를 행복한 인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뫼르소도 무의미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햇빛, 바다, 마리의 미소 같은 작은 기쁨을 발견한다. 우리도 거창한 '인생의 의미'를 찾기보다, 소소한 순간의 행복을 발견하는 데 더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이방인]을 처음 읽는다면

몇 가지 포인트에 주목하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첫째, 뫼르소의 감정 표현(또는 표현하지 않음)에 주목해보자. 그가 정말 감정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감정을 사회적 관습에 맞게 표현하지 않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둘째, 태양이 등장하는 장면들을 찾아보자. 어머니 장례식, 해변에서의 살인,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태양은 어떻게 묘사되고, 뫼르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자.

셋째, 1부와 2부의 문체 차이를 느껴보자. 1부에서는 뫼르소가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지만, 2부 특히 마지막 장에서는 그의 내면 세계가 풍부하게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뫼르소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상상해보자. 사회적 기대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과 자신의 진실된 감정대로 행동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갈등하는가?


부조리를 받아들이고 자유를 찾기

『이방인』의 마지막 장면에서 뫼르소는 교도소 사제와 격렬한 논쟁을 벌인 후, 이례적으로 감정적인 폭발을 보인다. 그리고 그 후에 그는 묘한 평화를 찾는다.

"마치 이 거대한 분노가 나를 악으로부터 정화시키고 희망으로부터 비워낸 것처럼, 나는 별들이 빛나는 이 밤 앞에서 세상을 처음으로 열어보였다."

뫼르소는 결국 세상의 무관심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평화를 찾는다. 이것이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의 수용'이다.

우리도 인생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역설적으로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의미는 우주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햇볕이 뜨거운 어느 날, 잠시 멈춰 서서 뫼르소를 생각해 보아야겠다. 그리고 내가 또 우리가 만들어가는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겠다.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1913~1960)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철학자, 극작가로, 실존주의와 부조리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195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문학가로 인정받았으며, 『이방인』, 『시지프 신화』, 『페스트』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부조리에 대한 철학을 탐구했다.

그의 철학적 핵심 개념은 "부조리(absurde)"다. 그는 인간이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만, 세계는 본질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충돌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이러한 부조리를 인정하고 그것에 맞서 살아가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반항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제시했다.


책 속 인용문

“나에게는 확신이 있다. 나 자신의 모든 것에 대한 확신, 그것은 너보다 더 강하다. 내 인생과 닥쳐올 죽음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다. 내게는 이것밖에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 진리를 붙들고 있다. 내 생각은 옳았고, 지금도 옳고, 언제나 옳으리라.”

“엄마는 오로지 불행한 처지에만 놓이는 건 아니라고 종종 말하곤 했었다. 감옥에 들어와서야, 난 엄마의 말에 수긍이 가곤 했는데, 하늘이 붉게 물들면서 새날의 빛이 내 독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올 때였다. 왜냐하면 얼마든지 발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고, 내 심장이 터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아주 작은 미끄러짐 소리에도 문으로 달려가곤 했지만, 나무 문짝에다 귀를 처박은 채 처절하게 기다리다보면, 이내 나 자신의 숨소리가 들리고, 내 숨소리가 거칠게 헉헉거리고 있어서, 개가 할떡거리는 것과 너무 비슷한 나머지 놀라곤 했지만, 결국 내 심장은 터지지 않았고, 난 다시 스물네 시간을 번 것이었다.”

“마치 그 거대한 분노가 내게서 악을 몰아내고 희망을 비워주기라도 한 듯이, 별들이 가득하고 징조들로 가득찬 이 밤과 마주하자, 난 처음으로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비슷하고, 마침내 그토록 형제같이 느껴지자, 난 행복했었고, 여전히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 모든 게 완성되기 위해서는, 내가 외로움을 덜 느끼기 위해서는, 내게 남은 소원이 있었다.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이해주기를.”

마지막으로 故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서 한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카뮈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열 개의 단어로 '세계, 고뇌, 대지, 어머니, 사람들, 사막, 명예, 가난의 고통, 여름, 바다'를 꼽았다. 무감각하고 습관적인 삶보다는 잠자는 의식을 깨우는 치열한 고통과 고뇌가 있는 삶이 더 낫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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